아주 오랜 시간 바다가 얕아지며 형성된 하얀 패사층은 조그만 섬을 만들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허리까지밖에 차오르지 않을 만큼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의 피서객에겐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다. 구름다리 위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수채화처럼 맑고, 동쪽에는 나지막한 서우봉이 있어 시간을 내어 잠시 걷기 좋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운 한때를 지나고 있다.
영원히 식을 것 같지 않을 것 같던 팔월이 있던 날, 뙤약볕 아래 했던 수영이 생각난다. 숨이 가빠져 바다에 누워서는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구경했다. 몸의 반쯤은 물속에 잠긴 채로, 반은 나온 채로. 어느 세상에도 속해 있지 않은 낯선 기분이 외롭다기보다는 특별한 쪽에 가까웠다. 튜브도 둥둥, 사람들도 둥둥, 구름도 둥둥, 모든 게 둥둥 떠다니던 여름날. 그러다 점점 멀어질 이 계절을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다. 작은 파도에도 크게 기뻐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내게도 있었던 그 시간들이 뚜렷해졌다. 어서 물에 들어가겠다고 보채는 나와, 그런 나의 팔을 잡고 선크림을 발라주던 엄마의 모습, 짐을 지키느라 뭍에 앉아 우릴 바라보던 아빠의 표정, 신발을 꺾어 신고 저벅저벅 걸어 텐트로 돌아가던 자갈밭길, 물이 뚝뚝 흐르는 수영복을 걸어두었던 가느다란 텐트 줄, 돌에 걸쳐둔 모기향을 유심히 관찰하던 일. 말하자면 그런 것들이 떠오른다. 이젠 나와는 아주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린 느낌을 주는 것들. 그래서 더 이상 시시한 일이 아니게 된 것들이.
the bom volume 06 <새로운 쓰임에 관하여> '여름방학 탐구생활'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김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