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꾸는 꿈
산굼부리
백일몽(白日夢).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 해가 유독 쨍하던 날, 산굼부리를 천천히 거닐었다. 마치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한순간의 꿈일지언정, 여운은 서둘러 떠나는 법이 없다.
파아란 하늘과 금빛 들판 사이로 하늬바람이 다녀간다. 탁 트인 풍광에 마음마저 드넓어지는 기분이다. 천연물답게 산굼부리는 말끔한 행색을 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순간을 저장하는 사람들, 너른 들판에서 낮잠을 청하는 사람들, 풍경에 리듬을 얹히는 사람들. 수채화 같은 풍경 속의 사람들은 모두가 그저 행복해 보인다. 가볍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사랑을 노래하는 이곳에서 모두가 ‘연풍연가(軟風戀歌)’의 정취에 흠뻑 젖는다.
글 라어진 사진 민정연